김태경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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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우자 동의 없이 돈 빌려주면 싸움이 시작된다

배우자 동의 없이 형, 동생, 누나, 언니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이거 참 거절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됩니다. 빌려주자니 나중에 배우자가 알면 싸우게 될까봐 겁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번 돈이니까 내가 어떻게 쓰던 말던 그건 내 자유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가족한테 돈 빌려줬다가 부부싸움의 시발점이 되고 이혼으로 이어져서 가정법원에 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원의 경우는 매달 월급이 정해져 있어서 큰 돈을 빌려주기가 쉽지 않지만 자영업자들 같은 경우는 목돈을 손에 쥐고 있다가 빌려주는 경우가 은근히 있습니다.

 

2.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혼 사유가 달라질 수 있다 

배우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수십만원 단위의 용돈이나 500만원 미만의 소액 같은 경우에는 이혼 사유로 보지 않습니다. 이 정도 돈 거래는 개인간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고 이걸로 가정 경제가 파탄나거나 흔들리는 일은 드물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나, 현재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에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신용 대출을 받아서 빌려주거나 현재 살고있는 집에 근저당 잡혀가면서 주택 담보대출로 최소 천만단위부터 억 단위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건 문제가 됩니다. 천만단위 이상의 돈은 배우자한테 상의도 해봐야되고 나중에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것도 생각해봐야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빌려주는건 부부간의 신뢰를 깨고 서로 믿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3. 본가 vs 처가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남편 기준으로 본가와 처가 모두 경제적으로 잘 살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아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문제는 어느 한 쪽은 잘 사는데 어느 한 쪽이 못 살게 되면 결국 못 사는 상대방의 집안에 돈을 투입해야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남편이 여동생인 시누이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산다며 아내하고 상의도 안하고 돈을 빌려줬다가 나중에 들통나서 아내하고 싸운 경우입니다. 싸우고나서 남편이 아내한테 미안하다, 빌려준 돈이니 나중에 받아내겠다고 달래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내가 힘들게 번 돈 내 여동생한테 주고 싶어서 준건데 뭐가 문제냐? 적반하장식으로 나가면 아내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쌓여서 같이 못 살겠다, 이혼하겠다, 심지어 친정집으로 가출해버립니다. 친정집에 가서 남편이 시누이한테 돈 빌려줬다고 말하면 처가에서는 남편을 나쁜놈으로 생각할것이고 반대로 본가에서는 여동생(=시누이)한테 돈 빌려줬다고 며느리가 가출하는 근본없는 집안이라고 처가를 욕하면 본가 vs 처가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거꾸로 아내 기준으로 친정집을 위해 대출받아서 돈을 줬다가 못 받아내고 아내가 갚고 있으면 남편 쪽에서 노발대발하며 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4. 돈을 빌려준 쪽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혼이다 

이 경우에는 돈을 빌려준 쪽이 전부 다 책임지고 집안 전체의 화해를 이끌어내야됩니다. 이건 남자 여자 가릴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편이 돈을 빌려준 경우에는 남편이 벌어서라도 메꾸지만 아내가 친정을 위해 남편과 상의 없이 돈을 대출해주거나 부부 공동 생활자금을 쓴 경우에는 돈을 메꾸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우자와 동의 없이 빌려준 돈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민법 840조 재판상 이혼 사유의 6호 "그 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때"에 해당합니다. 제가 이것과 비슷한 사건 4개 맡아봤는데 전부 다 재판상 이혼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5. 가족간에 돈 거래는 신중해야한다 

가족간에 돈 거래를 하면 오히려 잘 안 갚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돈이 무섭다는걸 알면서 가족한테는 조금 늦게 갚아도 된다는 이상한 사상이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것 같은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철저하게 계산해야합니다. 남이 돈을 떼먹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간에도 돈 안 갚았다고 얼굴 안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거기서 더 심해지면 연 끊고 명절날에도 방문 안하는 집안이 되어버립니다. 가족간에 돈 문제로 한번 사이가 틀어지면 다시 회복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보니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가족 간에 돈 거래는 신중하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돈 잃고 가족도 잃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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