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하다보면 국선사건 맡아달라
연락도 오고 국선사건 하다보면 딱한
사연들이 오는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할아버지가 오토바이 면허가
없어서 무면허로 처벌될지 모른다는
형사사건을 진행하였습니다
재래시장에 오래 방치된 오토바이를
버려진걸로 착각하고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어서 본인것에 붙이고 무면허 운전을
하고 다니다가 적발되어 검찰에 기소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전 처음에 오토바이 번호판만 떼어서
붙였다고 하길래 단순한 절도인줄
알았는데 공소장을 읽어보니까 뭔놈의
죄가 이렇게 많이 붙는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번호판 절도,
사용 행사, 부정사용을 하시면 안됩니다
판결문 일단 보여드리고요
죄명에 참 여러개가 붙더라구요
절도, 공기호부정사용(번호판),
부정사용공기호행사, 자동차관리법위반,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
처음에 죄명만 딱 들어보면 징역형이
불가피하고 "정말 악랄한 범죄자"
라는 선입견이 생길 정도였는데 사건
기록을 읽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일단 남의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서
붙였으니 절도죄에 남의 오토바이
번호판을 붙여서 그걸 타고 다녔으니
부정사용도 해당되고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도 없이 타고 다녔으니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위반에 면허 없이
오토바이 운전으로 출퇴근을 했으니
무면허에 해당하죠
저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이륜차 관련된 보험 가입을
안하고 타면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위반에 걸릴 수 있으니 오토바이 관련
보험은 필수 가입하시는게 좋습니다
근데 오토바이 보험료 엄청 비쌉니다
자동차 보험보다도 훨씬 비싸고
오토바이는 사고가 발생하면 생명에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보험료도
매우 높게 책정이 되는데 오토바이
보험료가 무서워서 못 타겠습니다
무면허 운전하게 된 사정도 들어봤는데
피고인 연세가 70세를 넘기셨는데
어르신들 어릴때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를 못 다니셨고 한글도 모르시죠
살기 힘든 그 때 당시를 생각해본다면
오토바이 면허시험에 탈락한건
정말 안타깝고 슬픕니다
한글도 잘 모르시는 분한테 운전면허
시험 필기를 보라고 하니 합격도
힘들뿐더러 필기부터 합격이 안되니
실기시험을 볼 수가 없는겁니다 일단
필기 합격을 해야 실기를 보는거죠
차라리 젊은 친구가 무면허면 공부
조금만 해서 운전면허 따는건 일도
아닐뿐더러 무면허 운전으로 강력한
처벌을 해도 이해가 되지만 70세가
넘으신 분이 지금 다시 한글 배우고
운전면허 따려면 결코 쉽진 않을텐데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생각도 듭니다
피고인이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공소사실 전부 먼저 자백했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여러죄로
묶어서 처벌하는게 과연 맞는건가
싶었습니다
판사도 피고인의 딱한 사정에 공감을
하셨는지 징역 4개월이지만 집행유예
1년 선고하셨고 벌금 30만원만
가납명령(미리납부) 하셨네요
벌금 30만원을 안 내면 노역장 유치
하루에 10만원씩 공제하는 조건으로
3일 정도만 들어가면 되는데 노역장은
어르신들이 하기에는 부담되겠지만
30만원이 어르신 입장에서 적은돈도
아니거든요 벌금을 내셨는지 모르겠고
그러나,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문 마지막쪽 보시면 판사가
오토바이 번호판 피해자 성명불상자에게
환부(피해자에게 반환)한다 선고했죠
오토바이 주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오토바이 번호판을 돌려줘라
해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경찰한테 말하면
알아서 찾아주려나 싶네요